2011년 7월 27일 수요일

번역가 지망생에게 던지는 잔소리: 기초를 튼튼히!


아래는 얼마 전 번역가 지망생 카페에서 설문 조사를 한 후에 카페 게시판에 올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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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가 되려고 애쓰고 계신 후배 여러분, 날도 덥고 신나는 일도 마땅히 없는데 어떻게들 지내고 계신가요? 각자 알아서 신나는 일들 만들고 계신가요?^^

제가 지난번에 공지글 올리면서, 설문조사 결과 놓고 좀 더 이야기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린 것 기억하시나요? 그 얘기 조금 더 해볼게요.

일단 설문 결과부터 같이 한번 살펴보죠. 2011년 7월 21일 오후 5시 20분 현재,
4번 '번역 기술을 모른다'가 276표로 가장 많고,
3번 '우리말 공부가 부족하다'가 272표로 다음,
2번 '독해 실력이 떨어진다'가 250표로 셋째,
1번 '자기 실력을 모른다'가 236표로 가장 적어요.

제가 이제까지 지망생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접하면서 느끼기로는, 1번과 2번이 가장 많아야 하지 않나 싶어요. 물론, 자기 실력이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그 점을 알기 때문에 1번을 선택하지 않으셨을 수도 있다는 거, 저도 압니다. 부족한 건 안다, 그래서 2, 3, 4번을 모두 선택했다,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제가 느끼기로 아직 초보라면, 자신의 실력을 누구한테 확인받아본 바도 없을 테고, 다른 사람 번역과 비교해볼 기회도 많지 않았을 테니, 자연히 자기 실력을 잘 몰라야 할 것 같거든요. 일단 이 부분은 넘어가고요.

제가 이제까지 경험해보니까, 독해 실력이 부족한 분들, 그러니까 자기 생각보다 더 부족한 분들 이 상당히 많았어요. 자기는 맞게 번역했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보니까 전혀 엉뚱하게 해놓은 거예요. 그래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러니까 이런 뜻 아니냐, 하고 물으면 그제야 잘못 해석했다는 걸 이해합니다. 자기가 잘못 해석했다는 걸 모른다는 건, 이건 잘 모르겠는데, 하고 생각하며 오역하는 것과는 또 달라요. 자기가 뭘 모르는지도 모르고, 자기 번역을 읽으면서 '어딘가 이상한걸' 하고 찾아내지도 못한다는 뜻이니까요.

제가 늘 강조하는데요. 여러분들, 기초를 튼튼히 하셔야 합니다. 정말 정말 기초가 중요합니다. 원서 읽으면서 대강 뜻 파악할 수 있다고 독해 실력이 괜찮다고 믿으시면 안 돼요. 번역가는 띄엄띄엄 읽고 넘어갈 수가 없다는 거, 잘 아시죠? 한 문장도 대강 넘기면 안 되잖아요. 그렇기에 번역가는 문장 하나라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읽어야 해요. 번역 공부할 때는 더더욱 그렇죠. 대강, '아, 이런 뜻인가 보구나' 하고 번역하고 넘어간 뒤 나중에 확인도 안 하고, 그렇게 하시면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건 반드시 확인하고 넘어가는 습관을 기르셔야 해요. 그런 식으로 책 한 권만 번역해보세요. 얼마나 시간이 많이 걸리고 공이 많이 들어가는지. 대신 그렇게 하실 때 진짜로 번역 연습이 되는 겁니다.

원문의 의미, 뉘앙스, 분위기, 형태 등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걸 재창조할 수 있나요? 국어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면 뭘 하나요. 보이는 게 전체의 반밖에 안 되는데. 그 반을 아무리 완벽하게 재창조한다 해도 전체의 반밖에 못 보여주는 거잖아요? 우리말 공부는 당연히 너무나도 중요한 것이지만, 더욱 중요한 기초가 언어 실력, 아니 총체적인 독해 실력이란 걸 설마 잊어버리신 건 아닐 테죠?

독해 실력이 딸리는 데는 크게 서너 가지 정도의 원인이 있는데요. 다들 아실 거예요.
첫째로, 책 자체를 많이 읽지 않아서 문자 그대로 '독해력'이 약해요. 저자의 이야기 흐름, 미묘한 뉘앙스, 인물들의 내면, 앞뒤 논리 구조 등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거예요. 외국어 책이든 한국어 책이든. 이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자연히, 많이 읽어보고, 많이 분석해보는 것이겠죠?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작품 비평 같은 것들도 보시면 좋아요.

둘째로, 언어 실력이 부족해요. 이것도 여러 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 첫째, 문법을 제대로 몰라요. 그냥 대강만 알아요. 이래서는 번역에 필요한 수준으로는 독해가 안 돼요. 빠삭해야 해요, 문법은. 둘째, 구문 지식이 부족해요. 무슨 말인고 하면, 기초적인 구문은 분석할 수 있는데, 문장 구조가 좀 복잡해지거나 예외가 되는 게 나오면 보질 못해요. 셋째, 단어/표현을 잘 몰라요. 단어를 너무 모르면, 이를테면 한 문장에 모르는 단어가 두세 개인 문장이 마구 나오면, 아무리 이렇게 저렇게 끼워맞춰도 이상한 해석이 나올 소지가 있어요. 맥락을 따라갈 수가 없게 되는 거죠.

원인이 몇 가지로 좁혀졌으니, 이제 어떻게 하면 될까요? 그렇죠, 공부하면 되는 거죠.^^ 부디 '읽기'와 '쓰기' 라는 기본에 좀 더 충실하면서 공부하셨으면 좋겠어요. 어려운 것으로 공부하는 것도 당연히 도움이 되겠지만, 그 방법은 의지가 굳은 사람, 아니면 열의에 넘치는 사람, 그래서 매일 좌절하더라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그리 권하고 싶지 않아요. 자기 실력에 맞는 텍스트로 공부하시는 게, 재미도 더 느끼실 수 있고, 효과도 더 빠를 겁니다. 이 점 명심하셔서, 앞으로도 즐겁게 공부하시면 좋겠어요.

저도 이번에 여러분 설문 결과 보면서,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여러분을 좀 더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을지, 다시 고민해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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