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3일 월요일

일 맡길 분들께, 새로운 다짐


* 이 글은 아래, '일 의뢰하실 분들께'에 덧붙이는 것으로 읽어주세요.

여러분도 그렇듯 저도 책을 읽다 보면 자연히 저자나 역자를 보게 됩니다. 그리고 책의 주제를 다루기에 적합한 사람인지, 어떤 일을 해왔는지, 어떤 생각으로 책을 썼는지/옮겼는지 등을 살펴봅니다. 그리고 때때로 책에 어울리지 않는 저자나 역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심지어는 역자가 저자의 사상에 반대하는 사람인 경우도 있더군요. 아, 이 번역자, 과연 얼마나 저자와 긴밀하게 호흡하며 옮겼을까...? 의식적으로 대충 하지는 않았더라도, 아무래도 맥 빠진 번역문이 나오지는 않았을까...? 전 이런 생각을 종종 합니다. 책을 읽고서 감동했는데 마지막에 옮긴이가 쓴 반박의 글을 보면, 독자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저 역시 이제까지 '일'이라는 이유로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 책, 그다지 감동하지 않은 책을 맡아서 한 적 있습니다. 앞으로는 그러지 않으렵니다. 맡은 일을 제대로 해내는 것, 소위 프로에게 그것은 기본일 테지요. 하지만 저는 자신을 완벽하게 통제한다고 자신하지 못합니다. 제가 느끼기에도, 제가 아끼는 작품, 제가 감동한 작품을 번역할 때와 그렇지 않은 작품을 번역할 때 제 정신 상태가 다릅니다. 그것이 번역에 아무런 차이도 주지 않는다고 할 수 있는가...? 다른 사람은 모르지만 저는 못합니다. 그런 까닭에, 앞으로는 제가 '느낄 수 있는 책'만 맡겠습니다. 제 가슴을 움직이는 책, 제 지성을 일깨운 책, 제 영혼을 건드린 책이 아니라면 작업하지 않겠습니다. 아무리 소위 '짭짤해 보이는' 책이라 해도요. 프로란 자기가 맡은 일을 제대로 하기에 앞서, 자기가 맡을 일을 까다롭게 선택해야 하지 않겠어요?


아예 이참에 요즘 제가 맡고 싶은 일을 말씀드리는 것도 좋겠군요. 장르는 별로 가리지 않지만, 최근에는 문학에 좀 더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영어권 작품 중에 당장 떠오르는 것 몇 개를 무작위로 들어보자면, <올리브 키터리지>, <나를 보내지 마>, <우연한 여행자>, <연을 쫓는 아이>, E. B. White의 에세이 모음집(아직 번역되지 않았습니다), 등을 즐겁게/감동적으로 읽었고 그 외에도 이런저런 고전이 있지만 그것들은 넘어가기로 하구요. 그 외에도 다소 논쟁을 유발할 만한 책도 좋아하는데요, <죽음의 밥상>, <음식혁명>, <동물의 역습> 등 식생활/동물권과 관련한 작품도 괜찮고, 미디어 비판이라 할 수 있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죽도록 즐기기> 류도 좋아합니다. 영성이나 정신을 다룬 <아직도 가야 할 길>, <무탄트 메시지>, 톨레의 등도 즐겁게 읽었고, 제가 번역한 책이지만 추천하고 싶은 <몰입의 재발견> 같은 작품도 좋습니다. 동화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좋아하는 편입니다. 물론 이 외에도 제가 읽어보고 '이 책은 소개해주고 싶다'고 느낄 수 있다면 가리지 않습니다. 편집자님이시라면 참고해주시길...^^;;


얼마 전부터 제가 추구하는 번역가상이랄까요, 그것은 <이 사람이 선택한 작품이라면 한번 읽어볼 만하다>고 느낄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번역자입니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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